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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랑에 빠진 자전거 타고 너에게 가기
김선우
자전거 바퀴 돈다 바퀴 돌고 돌며
숨결 되고 있다 풀 되고 있다 너의 배꼽에서 흐르는 FM 되고 있다 실개천 되고 있다 버들구름 되고 있다 막 태어난 햇살 업고 자장가 불러주는 바람 되고 있다 초록빛 콩꼬투리 조약돌 되고 있다 바퀴 돌고 돌며
너에게 가는 길이다
무엇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모두 무언가 되고 있는 중인 아침
부스러기 시간에서도 향기로운 밀전병 냄새가 난다 밀싹 냄새 함께 난다 기운차게 자전거 바퀴 돌린다 사랑이 아니면 이런 순간 없으리 안녕 지금 이 순간 너 잘 존재하길 바래 그다음 순간의 너도 잘 존재하길 바래
자전거 바퀴 돌리는 달리아꽃 빨강 꽃잎 흔들며 인사한다 다음 생에 코끼리 될 꿀벌 자기 몸속에서 말랑한 귀 두짝을 꺼낸다 방아깨비들의 캐스터네츠 샐비어 꿀에 취한 나비의 탭댄스 사랑에 빠진 자전거 되기 전 걸어온 적 있는 오솔길 따라 숲의 모음들 홀씨처럼 부푼다 아, 에, 이, 오, 우 , 아, 아
만약에 말이지 이 사랑 깨져 부스러기 하나 남지 않는다 해도 안녕 사랑에 빠진 자전거 타고 너에게 달려간 이 길을 기억할게
사랑에 빠져서 정말 좋았던 건 세상 모든 순간들이 무언가 되고 있는 중이었다는 것
행복한 생성의 기억을 가진 우리의 어린 화음들아 안녕
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시를 보내고 싶었어.
사랑에 빠져서 정말로 좋았던 것은 세상의 모든 순간들이 꼭 무언가 되고 있다는 중이라는 거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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